2026년 극장가에 그야말로 '왕사남' 신드롬이 불고 있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33일 만인 3월 8일, 누적 관객 수 1100만 명을 돌파하며 연일 새로운 흥행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현재 누적 관객 수는 1,117만 명을 기록 중으로, 이는 2024년 개봉한 '파묘'와 '범죄도시 4' 이후 약 2년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입니다.
특히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속도는 역대 천만 영화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천만 관객 돌파(개봉 31일)에 이어 단 이틀 만에 1100만 고지를 점령했는데, 이는 '파묘'(40일), '서울의 봄'(36일), '광해, 왕이 된 남자'(48일)보다 훨씬 빠른 기록입니다. 이로써 '실미도'(1108만), '아바타: 물의 길'(1082만), '기생충'(1031만) 등 7편의 역대 흥행작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권력 다툼 대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왕과 사는 남자'의 이례적인 흥행 돌풍은 기존 사극의 문법을 탈피한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영화는 1457년,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비운의 왕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와 유배자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의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이나 역사적 사건의 재현에 집중하기보다, 죽음을 앞둔 어린 왕과 그를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인간적인 교감과 연대에 초점을 맞춥니다.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이들의 우정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며 전 세대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세 번 봤는데 세 번 다 울었다", "사춘기 딸과 함께 보고 또 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등 N차 관람 후기가 쏟아지며 입소문 흥행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장항준 감독과 배우들의 빛나는 시너지

이번 작품을 통해 장항준 감독은 데뷔 24년 만에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기억의 밤', '리바운드' 등 전작들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 온 장 감독은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인간미를 사극 장르에 녹여내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왕의 남자', '베테랑', '택시운전사', '파묘'에 이어 다섯 번째 천만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추가한 유해진은 사람 냄새나는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았습니다. 첫 장편 영화 주연작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박지훈은 비운의 어린 왕 '이홍위'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여기에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한 유지태(한명회 역)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전미도(궁녀 매화 역) 등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왕사남'이 남긴 것들: 촬영지 관광 특수와 정치권의 관심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스크린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된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와 장릉, 그리고 경상북도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등은 새로운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상북도는 영화 제작 초기 단계부터 로케이션 제작비를 지원하고 촬영 장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영화의 성공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의 사회적 반향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SNS를 통해 "작품이 전하는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며 깊은 울림을 이끌어냈다"며 감독과 배우, 제작진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했습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장항준 감독을 직접 만나 축하의 뜻을 전하며 "꽁꽁 얼어붙어 있던 우리 영화의 실낱같은 희망이자 따사로운 축복"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개봉 5주 차에도 식지 않는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가 과연 어떤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