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쁨도 잠시, 6회초 곽빈이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다시 리드를 빼앗겼습니다. 패색이 짙던 6회말, 해결사로 나선 것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후계자로 불리는 김도영(KIA 타이거즈)이었습니다. 1사 1루 상황에서 대만 투수의 빠른 공을 통타,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경기를 3-2로 뒤집었습니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8회초, 데인 더닝이 스튜어트 페어차일드에게 통한의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3-4로 재역전을 당했습니다. 패배의 위기에서 대표팀을 구한 것은 또다시 김도영이었습니다.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2026년 3월 8일,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만에 연장 승부치기 끝에 4-5로 석패하며 1승 2패를 기록, 조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17년 만의 WBC 8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벼랑 끝 승부, 아쉬웠던 연장 혈투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패배로 조별리그 전적 1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11-4로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숙적 일본에 6-8로 패한 데 이어 대만에도 덜미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었습니다. 16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WBC 마운드에 오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2회 대만의 4번 타자 장위청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이후 3회까지 1실점으로 막아내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었습니다.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곽빈(두산 베어스) 역시 3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그 1실점 역시 홈런이었습니다.
한국 타선은 대만 마운드에 막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습니다. 4회까지 단 1안타에 그치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5회말, 안현민의 볼넷과 문보경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 기회에서 셰이 위트컴의 병살타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힘겹게 1-1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경기는 연장 승부치기로 이어졌습니다. WBC 규정에 따라 10회부터 무사 2루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에서 한국은 10회초, 번트 수비 실패로 무사 1, 3루 위기를 맞았고, 결국 희생 번트로 1점을 내주며 4-5로 뒤졌습니다. 이어진 10회말 공격에서 1사 3루의 동점 기회를 잡았지만, 김혜성의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 김주원이 아웃되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마지막 타자 김도영마저 뜬공으로 물러나며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습니다.
외로운 영웅, 김도영의 3타점 맹타
이날 경기에서 김도영은 패배 속에서도 단연 빛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역전 투런 홈런과 극적인 동점 2루타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홀로 팀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기록한 4개의 안타 중 2개를 책임졌고, 두 개의 장타 모두 그의 방망이에서 나왔습니다. 이전 두 경기에서 다소 부진했던 모습을 완벽하게 털어내는 맹활약이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습니다.

복잡해진 8강 진출 경우의 수
대만전 패배로 한국의 8강 진출은 매우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되었습니다. 남은 경기는 3월 9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단 한 경기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8일 저녁에 열리는 일본과 호주의 경기 결과입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호주가 승리한다면, 한국은 호주전 결과와 상관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됩니다.

하지만 일본이 호주에 승리한다는 전제 하에, 한국이 9일 호주를 꺾으면 한국, 대만, 호주 세 팀이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게 됩니다. 이 경우, 세 팀 간의 맞대결 성적(1승 1패)이 같아지므로 실점률을 따져 순위를 가리게 됩니다. 실점률은 총 실점을 수비 아웃카운트 수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순위가 높아집니다.
현재까지의 실점률을 계산했을 때, 한국은 8강에 진출하기 위해 호주를 상대로 5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실점은 2점 이하로 막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운명은 내일(9일) 호주와의 최종전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류지현호가 과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든 야구팬들의 시선이 도쿄돔으로 향하고 있습니다.